“책임지려고요.”
사건을 맡은 변호사 레이첼이 그의 지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마주한 것은, 죽음이 남긴 지독한 잔해들이었다. 미국의 견고한 의료보험 시스템 속에서 책임이란 병원과 보험사, 고용주와 노동자 사이를 겉돌 뿐이었고, 그사이 존엄했던 한 사람의 생은 무미건조한 번호로 전락했다.
아우티스(OUTIS). 고대 그리스어로 ‘아무도 아닌 자’.
준호의 총격은 분노에 찬 복수였을까, 비틀린 속죄였을까. 《OUTIS》는 끝내 벌어지고 만 비극의 기원을 파고들며 죄책감과 자기기만, 그리고 아무도 지려 하지 않는 책임을 온몸으로 감당하려 했던 한 인간의 내면을 집요하게 응시한다.
모두의 책임이란 말은, 결국 그 누구의 책임도 아니라는 뜻이었다.
하담서는 수십 년째 타국에서 살아가는 이방인이다. 본업은 문학과 거리가 멀지만, 영화와 문학, 예술을 통해 삶의 숨을 고르며 지내왔다.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며 삶의 의미와 인간이 살아간다는 일에 대해 오래 생각하게 되었고, 아직 답을 얻지 못한 질문들을 이야기 속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아 독자와 함께 바라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