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오라버니 대신 홍암세가를 이끌어야만 하는 가주 연가려. 언제나 의무 속에서 살아오던 그녀는 월산에서 만난 무연과 뜨거운 밤을 보내며 여인으로서의 즐거움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4년 후 연황궁의 부름을 받고 입궐한 가려는 세가의 단주로서 폐위된 일황자를 황제로 받들라는 명을 받는다. 하지만 그곳에서 그녀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사내, 무연을 만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는 나직한 목소리로 4년간의 외로움이 담긴 음성을 토했다.
“그대가 그리웠다. 조금은.”
어쩌면 조금쯤은…… 떠난 자신을 그리워해주는 이가 있지 않을까. 비록 아비에게 버림받고 세력에 밀려 유배를 떠난 비운의 황자가 되고 말았지만, 자신이란 존재를 잠시나마 떠올려주는 이가 있지는 않을까. 적어도 마지막을 함께했던 여인은 조금이나마 기억해주지 않을까.
욕을 하더라도, 저주를 퍼부어대더라도 떠올려주기를……. 그가 고국을 등지고 사는 동안, 수없이 떠올렸던 심상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마지막 밤 품었던 여인을 머리와 가슴에 각인시켰다. 잊혀지고 싶지 않은 사람이려거든, 먼저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수없이 되뇌었다.
눈처럼 하얀 꽃비가 내렸다.
월산에 심어진 벚꽃의 꽃잎이 그들 사이를 스치듯 지나쳐갔다.
공호
좋은 글을 쓸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많은 분들이 제가 쓴 글을 읽어주기를 열망합니다.
그 희망과 열망을 갈망합니다.
▣ 출간작
가시독
오션
월야
홍역, 누구나 한번은 치러야 할 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