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결말
장끼의 장례식에 문상 온 뭇 새들이 까투리에게 재혼을 요구하는 <장끼전>의 후반부에서 까투리가 보이는 반응이 여러 이본의 각편(各篇)마다 서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결말이 다양하게 나타나면 나타날수록 작품의 주제 역시 다양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으므로, 결국 다양한 결말만큼이나 다양한 주제를 지닌 <장끼전>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결말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었던 것은 이 작품이 과부의 재가 문제를 다룬 동물 우화였기 때문일 것이다. 우화에는 여러 의미가 겹쳐 있어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 마련인데 <장끼전> 역시 동물의 생태적 속성과 중첩되면서 여러 가지 의미를 낳았던 것 같다. 게다가 과부의 ‘재혼’이라는 관심거리가 중심 문제로 다루어졌기 때문에 독자의 입장과 처지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었고, 이것이 작품에 대한 관심을 키웠을 것이다. 말하자면, 졸지에 과부가 된 까투리가 절박한 상황에서 행해야만 했던 ‘선택의 향방’을 둘러싼 당대인들의 지대한 관심과 그 관심이 반영된 필사(筆寫)라는 ‘향유 행위’로 인해 <장끼전>의 각편이 활발하게 만들어지고 전승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유형의 필사본이 생성·유통·향유된 결과 현재 알려진 <장끼전>의 각편은 60여 종에 달한다.
이 책에서는 다른 결말의 이본 중 세 편(학산문고 소장 필사본/ 이수봉 교수 소장 필사본/ 조동일 교수 소장 필사본)을 선정해 결말 부분을 싣고 서로 비교하여 볼 수 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