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자꾸 기대하게 됐다.
마음을 빼앗기게 됐다.
사랑하게 됐다.
그래서 연수는 이 끔찍한 결과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말문을 연 연수는 단지 그것만으로도 숨이 벅차 잠시 호흡을 가다듬어야 했다. 고통스럽다. 심장이 찢어질 만큼…….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당신이 아버지 회사의 새로운 주인이라고. 사실인가요?”
“하고 싶은 말이 뭐야?”
그는 발뺌을 하지도 않았고 변명을 하지도, 용서를 구하지도 않았다. 그렇지……, 그는, 이 남자는 처음부터 필요하지 않은 말 따윈 함부로 낭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왜 그랬어요?”
그녀가 가냘픈 음성으로 물었다.
“회사라면, 그저 내 아버지의 회사를 당신이 가진 거라면 상관없었을 거예요. 하지만 내 오빠가 죽었어요.”
마지막 그 말은 신음처럼 변해버렸다.
아버지의 죽음 따윈 애통하지 않아. 미안하게도 조금도 슬프지 않다고. 하지만 내 오빠는……. 같은 유년의 기억과 같은 유년의 경험이 만든 유대감을 가진 단 한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가버렸다. 땅에 묻힐 시신조차 남기지 못한 채……. 연수는 등을 곧추세우며 규현을 노려보았다.
“당신을 믿는다고 했잖아. 정말……정말 당신을 믿었다고. 그런데……이게 뭐야? 내가 당신을 어떻게 용서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