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감이 장안 행길가에서 무참한 횡사를 하였다는 급보가 서울로부터 북으로 오백 리 평안관찰부에 이르기는 기울어져 가는 국운을 도(賭)하여 한창 정국의 서슬이 사납던 시절, 즉 1910년 초가을 어떤 날 밤이었다. 급보를 접한 지 다음날 이른 새벽 삼, 사의 사정(使丁)에 메운 한 틀의 승교가 서울로 나가는 평양성 대동문 앞에 창황히 내달았다. 그 뒤로는 어떤 젊은 여자가 머리를 흐트린 채 허덕이며 따라온다. 늙은 성문지기는 교군들 앞에 나서며 아닌새벽에 웬 사람이냐고 어성을 높이었다. 그러자 교(轎)의 뒤에 호위하고 섰던 장대한 사내가 덤쑥 나서며 문지기에 속자춘 목소리로 무어라 주절거린다. 어차피 성문지기는 그 자리에 엎디어 놀란 소리로, "××님께서......." "쉬―" 어둠침침한 무서운 성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동안 뒤에 따라오던 젊은 여자의 그림자는 마침내 내달았다. 여자는 교에 넌지시 매어달리어 숨이 턱에 오른 소리로 무엇인가 애연하게 부르짖는다. 겨우, 열일여덟밖에 안 되어 보이는 애티 있는 소리는 새벽의 고요한 공기를 흔들며 단말마처럼 떨리었다. 그러나 캄캄한 승교 속은 죽은 듯이 아무런 반향도 없었다. ...책 속에서...
윤대감이 장안 행길가에서 무참한 횡사를 하였다는 급보가 서울로부터 북으로 오백 리 평안관찰부에 이르기는 기울어져 가는 국운을 도(賭)하여 한창 정국의 서슬이 사납던 시절, 즉 1910년 초가을 어떤 날 밤이었다. 급보를 접한 지 다음날 이른 새벽 삼, 사의 사정(使丁)에 메운 한 틀의 승교가 서울로 나가는 평양성 대동문 앞에 창황히 내달았다. 그 뒤로는 어떤 젊은 여자가 머리를 흐트린 채 허덕이며 따라온다. 늙은 성문지기는 교군들 앞에 나서며 아닌새벽에 웬 사람이냐고 어성을 높이었다. 그러자 교(轎)의 뒤에 호위하고 섰던 장대...